참외 쩍쩍 갈라지는 열과 현상 원인과 수확한 열매 먹어도 될까
텃밭에서 정성껏 키운 참외가 수확을 앞두고 사정없이 쩍쩍 갈라지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가뭄이 길어지다가 갑자기 큰비가 내린 뒤에 이런 현상이 유독 심하게 나타나는데, 껍질이 터져 속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참외를 바라보면 아까운 마음과 동시에 의문이 생깁니다. "이거 아까운데 그냥 깎아서 먹어도 괜찮을까? 혹시 독성이 생기거나 상한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갈라진 틈 사이로 벌레가 파고들지 않았고 쉰내가 나거나 썩지 않았다면 겉을 깨끗이 씻어내고 갈라진 부위를 도려낸 뒤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이는 병균에 감염되어 생긴 병이 아니라, 식물이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를 감당하지 못해 발생한 전형적인 생리장해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식물의 눈으로 참외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기에 멀쩡하던 껍질이 찢어졌는지 그 원리를 알면, 남은 참외들을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습니다.
메마른 주머니에 물이 쏟아질 때 생기는 체내 압력의 변화
참외 껍질이 갈라지는 현상을 식물학에서는 '열과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이 현상이 발생하는 과정을 이해하려면 식물이 물을 빨아들이고 이동시키는 수분 조절 능력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비가 오지 않고 땅이 바짝 메마른 가뭄 시기에 참외는 살아남기 위해 비상 체제에 돌입합니다. 뿌리로 들어오는 물이 급격히 줄어들면, 참외는 열매 속에 머금고 있는 소중한 수분을 밖으로 빼앗기지 않기 위해 겉껍질 세포를 아주 단단하고 치밀하게 조직을 굳힙니다. 일종의 단단한 방어벽을 세우는 셈입니다. 이 시기에는 열매의 부피 성장이 거의 멈추거나 아주 느리게 진행됩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하늘에서 많은 비가 쏟아지면 반전이 일어납니다. 메말라 있던 흙 속에 수분이 가득 차면, 참외 뿌리는 강한 힘으로 물을 무섭게 빨아올리기 시작합니다. 식물은 뿌리와 줄기 내부의 농도 차이를 이용해 물을 끌어당기는 '삼투압' 작용을 하는데, 주변에 물이 흔해지니 이 삼투압 에너지가 최고조로 달하며 엄청난 양의 수분이 줄기를 타고 열매 속으로 밀려 들어갑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참외 내부의 속살 세포들은 밀려드는 물을 흡수하며 풍선처럼 무서운 속도로 부풀어 오릅니다. 하지만 가뭄 동안 단단하게 굳어버린 겉껍질 세포들은 갑작스러운 팽창 속도를 도저히 따라가지 못합니다. 신축성이 떨어진 가죽 주머니에 물을 억지로 가득 채우면 가장 약한 부위부터 터져 나가듯이, 내부 세포가 밀어내는 압력을 견디지 못한 겉껍질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순식간에 쩍 찢어지게 됩니다.
질소 비료의 과다와 뿌리 활력이 만든 부조화
단순히 날씨 탓만은 아닙니다. 평소 밭에 영양을 주겠다는 마음으로 '질소' 성분이 많은 비료를 과도하게 준 경우에도 열과 현상은 훨씬 쉽게 발생합니다.
질소는 식물의 잎과 줄기를 키우고 세포를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질소 비료를 많이 먹고 자란 참외는 세포벽 자체가 단단하지 못하고 느슨하며 친수성(물을 좋아하는 성질)이 강해집니다. 비가 오기 전부터 이미 체내에 물을 가득 머금을 준비가 과하게 되어 있는 상태인 것입니다.
여기에 가뭄 끝에 내린 비는 땅속의 온도를 일시적으로 떨어뜨리고 뿌리의 호흡을 방해하여 식물 전체의 수분 조절 능력을 떨어뜨립니다. 잎 뒷면의 숨구멍인 기공을 통해 물을 조금씩 밖으로 날려 보내는 '증산작용'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상부로 몰리는 수분 압력이 분산되는데, 비가 와서 공기 중의 습도가 높아지면 기공이 닫혀 물을 밖으로 빼내지 못합니다. 출구는 막혔는데 아래 뿌리에서는 수분을 계속 밀어 올리니, 결국 유일한 저장소인 참외 열매가 그 압력을 고스란히 받으며 갈라지게 됩니다.
갈라진 참외, 안전하게 먹기 위한 판별 기준
그렇다면 이렇게 터진 참외를 정말 먹어도 괜찮은지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상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간'과 '상태'를 보는 것입니다.
비가 내린 직후나 당일 아침에 바로 발견하여 수확한 참외는 속살이 공기 중에 노출된 시간이 짧기 때문에 대부분 안전합니다. 상처 부위를 칼로 넓게 도려내고 먹어보면 가뭄 동안 축적된 당분 덕분에 오히려 일반 참외보다 훨씬 달콤한 맛을 내기도 합니다.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종족 번식을 위해 열매에 당분을 강하게 몰아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갈라진 지 여러 날이 지나 틈새가 거뭇거뭇하게 변했거나, 단내가 풍기면서 초파리나 개미 같은 벌레들이 꼬여 있다면 미련 없이 버려야 합니다. 참외 속살은 과당과 수분이 풍부하여 껍질이라는 보호막이 깨지는 순간 흙 속에 있던 곰팡이균과 세균이 번식하기 가장 좋은 뷔페식당이 됩니다. 냄새를 맡았을 때 시큼한 막걸리 냄새 같은 발효취가 나거나 손으로 눌렀을 때 주변이 물러 터진다면 이미 부패가 시작된 것이므로 절대 섭취해서는 안 됩니다.
장마철 열과를 예방하는 실전 텃밭 수분 제어법
내년에도, 혹은 앞으로 달릴 다음 화방의 참외들을 예쁘고 온전하게 수확하기 위해서는 뿌리가 겪는 수분 변화의 폭을 줄여주는 것이 관건입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참외가 자라는 이랑에 '두꺼운 멀칭(비닐이나 짚 덮기)'을 해주는 것입니다. 검은색 비닐이나 짚으로 흙 표면을 덮어주면, 가뭄이 들었을 때는 흙 속의 수분이 하늘로 증발하는 것을 막아주어 땅이 바짝 마르는 것을 방지합니다. 반대로 비가 많이 올 때는 빗물이 흙 속으로 한꺼번에 스며드는 것을 차단하여 뿌리가 물을 갑자기 과다하게 흡수하는 폭발적인 삼투압 현상을 막아줍니다. 흙의 수분 상태를 사계절 내내 아침 이슬 머금은 것처럼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보호막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또한, 가뭄 시기의 물주기 습관도 바꾸어야 합니다.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다가 물을 줄 때는 절대 한 번에 땅이 한강이 될 정도로 많이 주면 안 됩니다. 첫날에는 식물이 놀라지 않게 흙 표면만 살짝 적실 정도로 주고, 다음 날 조금 더 주는 방식으로 3~4일에 걸쳐 나누어 주어야 참외 겉껍질 세포들이 서서히 늘어나며 적응할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장마 소식이 들려오면, 다 자란 참외 중 노란빛이 돌기 시작하는 열매들은 크기가 조금 작더라도 비를 맞기 전에 미리 수확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비를 맞춘 뒤 따려고 기다리다가는 단 하루 만에 온 밭의 참외가 터져나가는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식물의 생리적 균형을 맞춰주는 작은 배려가 단단하고 매끄러운 명품 참외를 만드는 비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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