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 순지르기 방법 아들줄기 손자줄기 구별하기

텃밭에서 참외를 키우다 보면 사방으로 무성하게 뻗어 나가는 줄기를 보며 고민에 빠지기 쉽습니다. 잎은 손바닥만 한 것들이 빽빽하게 자라나는데, 정작 기대했던 참외 열매는 보이지 않거나 겨우 맺혀도 노랗게 곯아서 떨어지기 일쑤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재배자가 무작정 가위를 들고 줄기를 자르거나, 반대로 식물이 다칠까 염려되어 넝쿨이 엉키도록 그대로 방치하곤 합니다.

흔히 참외 열매가 열리지 않으면 비료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 여기고 양분을 더 얹어주거나, 물 주는 시기를 놓쳐서 그렇다고 단정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은 단순히 햇빛이 부족해서 생긴 문제로 치부해 버리기도 합니다. 물론 식물이 자라는 데 영양분과 수분, 햇빛은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그러나 참외가 무성하게 자라면서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진짜 원인은 양분의 양이 아니라, 식물 내부의 에너지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외는 다른 과채류와 달리 줄기의 서열에 따라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위치가 엄격하게 정해져 있는 독특한 생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심이 되는 줄기에서는 암꽃이 거의 피지 않으며, 그다음 갈라져 나온 줄기를 거쳐 마지막 단계의 줄기에 도달해야만 비로소 정상적인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이 흐름을 제어하지 못하면 식물은 열매를 키우는 대신 줄기와 잎을 늘리는 데 모든 에너지를 소모해 버립니다.

식물의 영양생장과 생식생장 불균형이 만드는 현상

참외가 줄기만 키우고 열매를 맺지 못하는 현상을 식물 생리학에서는 영양생장과 생식생장의 불균형으로 설명합니다. 식물은 몸집을 키우고 잎과 줄기를 늘리는 '영양생장'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후세를 남기는 '생식생장'이라는 두 가지 활동을 합니다. 균형이 잘 잡힌 식물은 이 두 가지를 차례대로 혹은 조화롭게 진행하지만, 텃밭 환경에서는 한쪽으로 치우치는 일이 자주 일어납니다.

참외는 넝쿨성 식물로서 생장점이라는 줄기 끝부분에서 끊임없이 세포분열을 일으키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성질이 매우 강합니다. 줄기 끝에 있는 생장점에서는 옥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은 아래쪽 곁눈이 자라지 못하도록 억제하면서 오직 중심 줄기만 길게 뻗어나가도록 만듭니다. 이를顶端우세성(정아우세성)이라고 부릅니다.

중심 줄기가 제약 없이 계속 자라게 되면, 식물은 현재 자신이 매우 안전하고 살기 좋은 환경에 있다고 판단합니다. 굳이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꽃과 열매를 만들 필요 없이, 몸집을 더 키우는 영양생장에만 몰두하는 것입니다. 텃밭 재배자가 인위적으로 중심 줄기의 끝을 잘라주는 행위, 즉 순지르기는 바로 이 호르몬의 흐름을 강제로 끊어주는 작업입니다. 중심 생장점이 사라지면 억제되어 있던 호르몬의 균형이 깨지면서 비로소 다음 단계의 줄기들이 사방으로 깨어나 성장을 시작하고, 식물은 몸집 키우기에서 열매 맺기(생식생장)로 방향을 전환하게 됩니다.

참외의 어미줄기, 아들줄기, 손자줄기의 연결 구조와 순지르기를 해야 하는 생장점 위치를 시각적으로 나타낸 과학적 삽화

아들줄기와 손자줄기가 가질 수밖에 없는 생리적 차이

참외 줄기를 구별하는 것은 순지르기의 시작이자 전부입니다. 뿌리에서 곧바로 뻗어 나와 중심축을 이루는 가장 굵은 줄기를 '어미줄기'라고 부릅니다. 이 어미줄기의 잎겨드랑이에서 새로 돋아나 옆으로 뻗는 줄기가 '아들줄기'이며, 다시 그 아들줄기의 잎겨드랑이에서 갈라져 나오는 줄기가 바로 우리가 그토록 기다리는 '손자줄기'입니다.

이 줄기들은 단순히 태어난 순서만 다른 것이 아니라, 내부의 호르몬 분포와 영양 상태가 완전히 다릅니다. 어미줄기와 아들줄기는 주로 수분과 질소질 양분을 위로 밀어 올리는 통로 역할을 하며, 지베렐린과 같은 성장을 촉진하는 호르몬이 지배적입니다. 이 단계의 줄기에서는 꽃이 피더라도 대부분 수꽃만 피어납니다. 식물 입장에서 수꽃은 꽃가루만 제공하면 되므로 에너지가 적게 들지만, 암꽃은 나중에 거대한 열매를 지탱해야 하므로 엄청난 양의 탄수화물이 집중되어야 합니다.

손자줄기에 이르러서야 식물은 비로소 성장을 잠시 멈추고 탄수화물을 축적하기 시작합니다. 잎에서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진 당류들이 멀리 뻗어나가지 못하고 손자줄기 근처에 머무르면서 옥신과 에네르기의 비율이 암꽃 형성에 유리하게 변합니다. 쉽게 말해, 어미줄기와 아들줄기는 고속도로처럼 양분이 빠르게 지나가는 길목이라 꽃이 정착하기 어렵고, 손자줄기는 양분이 고여서 모이는 완행구간이기 때문에 비로소 암꽃이 풍성하게 피어나고 열매가 튼실하게 맺힐 수 있는 근권 환경이 조성되는 것입니다.

실전 텃밭에서 아들줄기와 손자줄기를 정확하게 구별하는 방법

막상 풀이 우거진 텃밭 앞에 서면 어떤 것이 아들이고 어떤 것이 손자인지 눈이 어지러울 수 있습니다. 이때는 가장 먼저 식물의 중심 뿌리가 있는 시작점을 찾아야 합니다. 땅에서 꼿꼿하게 올라온 가장 두껍고 튼튼한 기둥 줄기를 확인했다면 그것이 어미줄기입니다.

어미줄기를 따라 시선을 옮기다 보면 잎이 큼직하게 붙어 있는 마디들이 보입니다. 그 마디마다 잎자루 바로 옆에서 삐죽하게 곁가지가 나와 길게 뻗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아들줄기입니다. 보통 텃밭에서는 어미줄기의 잎이 5장 내지 6장 정도 나왔을 때 중심 생장점을 잘라줍니다. 그렇게 하면 어미줄기의 성장이 멈추면서 각각의 마디에서 아들줄기들이 힘차게 뻗어 나갑니다.

세력이 좋은 아들줄기를 2개 혹은 3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아래 단계에서 정리해 줍니다. 남겨둔 아들줄기가 자라면서 다시 그 줄기에 마디가 생기고 잎이 붙습니다. 그 아들줄기의 잎겨드랑이에서 또다시 돋아나는 얇고 연한 줄기들이 바로 진짜 참외가 열리는 손자줄기입니다. 아들줄기의 세력이 너무 강하면 손자줄기가 얇고 부실하게 나오므로, 아들줄기 역시 잎이 15장 내지 20장 정도 자랐을 때 끝을 잘라주어 손자줄기로 양분이 고르게 퍼지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성공적인 참외 결실을 위한 마디 관리와 주의점

손자줄기가 나왔다고 해서 모든 마디에서 참외를 다 키울 수는 없습니다. 뿌리에서 너무 가까운 손자줄기, 예를 들어 아들줄기의 1번째부터 4번째 마디 사이에서 나오는 손자줄기는 과감하게 제거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시기에는 뿌리가 아직 땅속 깊이 자리를 잡지 못해 흡수할 수 있는 양분의 양이 제한적입니다. 너무 이른 마디에서 열매를 맺혀 버리면 식물은 초기에 무리를 하게 되고, 결국 전체적인 세력이 약해져 이후에 나오는 열매들이 줄줄이 낙과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위치는 아들줄기의 5번째 혹은 6번째 마디 이후에서 나오는 손자줄기들입니다. 이때는 뿌리의 활력이 최고조에 달해 있고, 잎의 면적도 넓어져 광합성 생산량이 풍부합니다. 이 위치의 손자줄기에서 피어나는 암꽃들은 씨방이 크고 통통하며, 수정이 된 이후에도 세포 분열이 활발하게 일어나 크고 달콤한 참외로 자라날 확률이 매우 높아집니다. 손자줄기 하나당 참외 한 개를 원칙으로 하며, 열매가 맺힌 마디 뒤로 잎을 2장 내지 3장 정도만 남기고 손자줄기의 끝도 잘라주면 영양분이 오롯이 열매의 비대에만 집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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